그런데 개 짖는 소리가 크다. 멈추질 않는다. 사람 통행이 없는 마을이다 보니 이 시간에는 산에서 내려 온 짐승 때문에 짖어 대곤 했지만 오늘은 그 짖는 소리가 끝없이 커져만 간다. 심상치가 않다. 이상한 마음이 들어 밖으로 나왔다.

 

불이 난 집 앞마당에 주인 할머니는 털퍼덕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보이지를 않는다. 머리가 쭈뼛거리며 솟아올랐다. ‘혹시’ 할머니에게 물을 거를 도 없이 불길이 거세져 가는 보일러 실로 뛰어 들었다. 그 곳에 작은 양동이와 물 호스로 거동도 쉽지 않은 할아버지가 불길을 잡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투의 현장이었다. 뜨거운 열기에 판넬이 내 뿜는 시커먼 연기가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에도 숨이 막혀 왔다. 위험했다.

할아버지를 끌어내야 했다. 팔을 잡았다. ‘어르신 이러다가 돌아가셔요!’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당겨 밖으로 당겼다. 화마에게서 집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의 할아버지를 밖으로 모시고 나오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당기기를 여러 차례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고 싶어 마음이 놓였을 때 할아버지는 다시 불길로 뛰어 들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졌다. 아까 보다 불길은 더 거셌다. 쫒아 들어갔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허리춤을 잡고 끌어 당겼다. 양 손으로 꽉 잡고 당겼다. 이제 현장은 생사를 염려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악을 써가며 할아버지를 끌어당기고 당겨 문 밖으로 나왔다.

아! 다행이다.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기진맥진이다. 아무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그 틈에 할아버지는 다시 화마 속으로 걸어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눈물이 났다. 몸이 저절로 반응하며 할아버지를 향해 불길로 가고 있었다.

불길을 잡겠다고 꿈틀거리는 할아버지를 얼싸 안았다. ‘어르신! 이제 사시자구요! 네!’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어른신을 어떻게 모시고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느낄 즈음 마을 사람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남편의 손에는 소화기가 들려 있었다.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화재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물을 뿌리고 가지고온 가정용 소화기 4개를 뿌려댔지만 화가 날대로 난 화마는 보일러 실 뿐 아니라 밖에 까지 가득 쌓아 올린 장작을 타고 순식간에 온 집으로 번져 갔다. 곳 이어 소방차가 도착을 했지만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은 이미 20여 평의 주택을 집어 삼켜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남편인 김성만 사무국장. 그는 날이 밝을 때 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화재 현장을 서성거렸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불이 염려가 되었지만 한스런 그 한 가지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어르신 댁의 화목 보일러 옆의 장작이 화재의 원인이 될까 불안했다. 보일러 옆에 잔뜩 쌓여진 나무는 밖에 까지 연결되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장작보일러 옆의 나무는 치우자고 말씀도 드렸다.

막무가내였다. 결국 연로하신 몸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작을 매일 옮기시는 일도 작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포기를 했다. 그 것이 한이 되었다. 그 쌓여진 장작이 불씨가 되고 불길이 퍼져나가는데 불길이 되었다. 더 싸워서라도 더 욕을 먹더라도 치웠어야 하는데 그 것이 한이 되었다.

 

그 날 어르신 두 분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시고 하룻밤을 지내신 다음 아드님 집으로 가셨다. 화재로 인해 몸에는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이성자 이장은 온 몸이 쑤신다. 두 사람은 이야기 한다. 쉬고 싶다고. 우리도 이제는 적은 나이는 아니라고. 그래도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생각하기 전에 몸이 반응하고 뛰쳐나간다. 이것이 가평군에서 가장 주민 수가 적은 송산 2 리 물미 마을이장의 현 주소다.
 

이성자 이장과 김성만 사무장이 있어 물미 마을은 사람들의 도란거림이 있고 살고 싶은 마을이 되고 오고 싶은 마을이 되어져 간다.

 

송산2리 물미 연꽃마을. 참 예쁘다.[조규성설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