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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를 금지하라’
‘말위에 말은 없다’
‘자유를 자유케하라’
‘모든 사랑을 사랑하라’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
‘겨우 1년 무려 1년’
‘단순한 걸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단순한 일이다, 복잡한 걸 단순하게 만드는 건 복잡한 일이다’- 신문기사 제목 중에서
말이 먼저인가 글이 먼저인가?
태초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의성어 일지언정 말을 먼저 하였을 것이고 그리고 문자를 고안해 글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럼, 말이 더 중요한가 글이 더 중요한가? 말은 쉽고 빠르게 표현할 수 있어 장점이 있지만 한번 한 말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 한편 글은 쓰는데 시간이 걸리고 표현에 어려움이 있지만 상대방에게 보내기 전에 다시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혹자는 말보다 글을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SNS를 보면 말은 휘발성이 있어 날아가 버리지만 글은 문자로 보전되어 영구히 남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잘못 쓴 글은 사람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러니 글도 책임질 수 있게 신중하게 써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말과 글은 분명 차이가 있다. 언어학적으로 말은 음성 및 음운론적 특성이 돋보이고 글은 의미론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 또 정치가나 성직자, 방송인은 일반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 같고 작가나 학자, 신문기자는 글을 더 잘 쓰는 듯하다.
요즘 신문기사나 칼럼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해 쓰는 제목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선 시선을 끌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여 재미있게 읽고 있다. 몇 개만 예를 들어 보면 ‘금지를 금지하라’는 금지라는 부정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서 긍정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말위에 말은 없다’는 아프리카 어느 소수민족의 부족어나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어나 사용주체의 관점에서 보면 그 중요성은 같다는 의미 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의 표어에서 평등의 의미를 내포한 것과 같은 것이리라.
‘자유를 자유케하라’라는 제목을 대하고 나는 한참동안 생각했다. 현재 누리는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라는 것인가? 그래서 진정한 자유를 달라는 것인가?
‘모든 사랑을 사랑하라’ 와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같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을 지라도 ‘모든 사랑을 사랑하라’는 제목만 봐도 의미를 대충 알 것 같은데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은 낯설다. 호기심 때문에 이 글을 읽게 되었다.
‘겨우 1년 무려 1년’은 ‘이제 사과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네, 아직도 사과가 2개나 남았네’처럼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나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 것일 것이다.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의 차이라고나 할까.
‘단순한 걸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단순한 일이다, 복잡한 걸 단순하게 만드는 건 복잡한 일이다’ 신문에서 처음 이 문구를 대하고 한참을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를 다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한 걸 복잡하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고 덜 바람직하다. 반면에 복잡한 걸 단순하게 만드는 건 힘들지만 해야 할 바람직한 일이라는 의미이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때 공황을 극복하기위해 이른바 뉴딜정책을 펼쳤던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도 이 수사법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신문기사의 제목에서 사용한 반복법은 우리가 흔히 ‘잔디, 잔디, 금잔디’또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나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에서처럼 단어나 문장의 단순 반복보다는 반복되는 단어가 수식어 또는 서술어와 잘 조응하여 단어의 의미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수사법은 복요리에서 복의 독을 적절히 사용하면 최고의 맛을 내지만 남용하면 치명적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 필자도 이 수사법을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 ‘긍정이 긍정을 낳는다’
글 서대운(가평군청 자치행정과) |
kkkggg@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