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6일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살은 따갑기만 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 사람들은 지쳐가는 듯했다. 그러나 자연은 달랐다. 한가로이 휘돌아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영글어가는 밤송이들이었다.
 

마치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밤나무 가지마다 매달린 밤송이들은 속으로 단단히 여물고 있었다. 반짝이는 가시들로 무장한 밤송이는 겉보기엔 아직도 여름의 한복판에 있는 듯 보였지만, 그 속에는 풍성한 가을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폭염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자연의 시간은 정확히 흘러가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도 밤송이는 알차게 여물어가고, 가을의 기운은 은밀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장면이었지만, 자연의 섭리는 그 안에 담긴 생명력과 계절의 흐름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대지를 태우는 듯한 날씨였지만, 밤나무 밑을 걷는 동안 시원한 그늘과 함께 다가오는 가을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폭염 속에서도 밤송이는 한껏 부풀어 올라, 다가올 수확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과 상반되게 차분히 여물어가는 밤송이들은, 곧 이곳에 찾아올 풍성한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자연의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며, 폭염 속에서 피어나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