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7일 아직 가시지 않은 폭염을 시원한 수제맥주가 식혔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청평4리 브라보청평 수제맥주 축제 얘기다. 

지난봄부터 주민이 직접 만들어 온 수제맥주가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더위와 갈증을 풀어줬다. 필자는 청평4리 수제맥주 사업을 처음부터 지원해 왔던 사람으로서 강산도 변해야 할 10년이 지나는 지금, 수제맥주 사업이 뭔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다. 바로 브라보 청평 수제맥주 양조장 건립이다.
 

청평수제맥주축제는 2015년 ‘가평수제맥주 축제’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그때는 지역 수제맥주 회사인 ㈜카브루가 주최했다. 당시 수제맥주의 붐을 타고 축제는 큰 관심을 끌었다. 청평4리 청평안전유원지에서 열렸던 1회 축제의 성공을 디딤돌 삼아 2, 3회 축제는 자라섬에서 개최됐으나 접근성 등의 문제로 술 축제의 특성을 살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인 2017년 12월 16일 청평4리 마을과 가평군청 그리고 ㈜카브루가 수제맥주마을을 함께 만들기 위한 MOU를 체결하고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당시 추진되고 있던 주민주도 마을만들기 사업인 ‘희복마을(아람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청평4리를 중심으로 한 수제맥주마을을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18년 수제맥주축제는 자라섬에서 다시 청평4리로 옮겨져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때 축제를 찾은 많은 민관 관계자는 수제맥주 축제를 더욱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바람을 너나 할 것 없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 전염병, ㈜카브루의 축제 개최 포기, 그리고 청평4리에서 수제맥주 사업을 추진했던 <청평쉬엄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폐업 등의 이유로 수제맥주축제는 오히려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평4리 마을은 수제맥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수제맥주 아카데미를 통해 습득한 양조 기술로 주민들은 맥주를 계속 만들었고, <브라보 청평>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비록 규모와 참여자는 줄었어도 중단없이 수제맥주 축제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평수제맥주축제’는 ‘청평수제맥주축제’로 이름을 바꿔 지역적 특성을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올해 10회째 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청평4리는 가평군에서 추진한 단계별 마을만들기 사업인 아람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발전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 속에서 수제맥주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가평군 행정은 수제맥주 마을을 함께 만들자는 약속을 청평4리 주민들과 했다. 

주민들은 꾸준히 맥주의 제조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양조 시설을 갖추지 못해 수제맥주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청평4리 지역인 구청평역사 터에 <청춘역1979공원>을 조성할 때 양조장 설립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으로 <술지움>이라는 양조장이 생겼을 때 그곳에서라도 맥주 제조를 하고자 했으나 교육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는 행정의 방침에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행정의 지도를 받으며 주민들이 이렇게 줄기차게 자립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그것을 도와주는 게 왜 이리 힘든 것인지 필자는 이해하기 힘들다.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최소 기준에 적합한 양조장과 체험장을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땅값은 제외하고 약 3억 원가량이면 지을 수 있다.
 

청평역사를 흔적도 없이 없애버린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청평주민들, 그리고 외부 방문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스토리텔링 관광 컨텐츠를 만드는데 그런 역사적인 공간은 필수적이고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그 역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청평역사를 복원하고 그곳을 양조장 겸 수제맥주 펍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철을 타고 누구나 쉽게 와 수제맥주 한 잔 마시며 과거 7080세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 수제맥주와 함께 각종 공연과 플리마켓도 즐길 수 있는 <청춘역 1979 공원>. 과거 청년레저문화의 요람이었던 청평을 다시 부흥시키고, 젊은 세대가 들어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드는 허브 역할을 브라보 청평 수제맥주 펍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청춘역1979공원>에서 경기관광공사와 청평고을협동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레트로 청평 보이는 라디오” 사업과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소멸위기를 극복하는 청년일자리 사업과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청평4리는 옛 지명이 ‘잠곡’으로, 대동법의 명재상 잠곡 김육 선생이 다음과 같은 시조를 지은 곳이기도 하다. 이 시조가 브라보청평 수제맥주 대동축제를 예언한 시조로 읽히는 날을 손꼽아 본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게

초당에 꽃이 피면 나도 자네 부르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