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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죽은 유물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고 그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다. 역사는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삶의 역사일 뿐이다.
지난 5월4일(음력 3월19일)조종암보존회는 대보단 9의사 친목회와 조종암대통묘제향을 봉행하였다. 대통묘는 1831년(순조31년) 소현세자와 동행한 명나라 유민들 후손이 조종암 옆에 명 황제 제단인 대통행묘를 세웠다.
대통묘 중앙에는 명나라 태조,신종,의종을 봉안하고, 동편에는 주전론자 김상헌,삼학사,임경업 장군,구한말 위장척사론과 의병항쟁의 사상적 기초를 세운 이항로 선생,유인석 의병대장등 9인. 서편에는 심양관에 억류되었다가 소현세자와 동행한 명나라 충신들인 9의사를 종향하고 있다.
조종암은 조선후기 지배층 선비들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서 그 시대정신의 결정체이다. 바위에 새겨진 22자는 1645년 심양에 포로로 잡혀있던 김상헌이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 친필 ‘사무사’(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를 가지고 귀국, 대명처사 허격이 얻어와 1684년 군수로 부임한 이제두에게 암각서를 새길 것을 제안. 명나라가 멸망한 40년후 1684년(숙종10년)‘만절필동 제조번방’(만번 꺽이어도 반드시 동방에 이른다)선조대왕 어필과 효종대왕 어필 ‘일모도원 지통재심’(갈 길은 먼데 날이 저무니, 쓰라린 마음이 이를 데 없다) 19자가 완성된다.
조종암기실비명은 120년 후인 1804년(순조4년)왕명에 의해 기실비를 세우고 조종암의 유래와 새긴 뜻을 비문에 남겨 의미를 되새겼다. 1874년 (고종11년)위정척사의 지도자 이항로가 정자를 지을려고 했던 바위에 마음을 들여다 보는 정자라는 ‘견심정’ 3글자를 새겨 비록 지금은 쇠약해진 기운이 앞으로 반드시 되살아 돌아온다는 의미로 제자인 유중교가 1874년에 새긴 것이다.
조종의 의미는 봉건시대 천자의 권위에 제후가 복종하는 의식이며, 중국에서 제후가 천지를 알현하던 일, 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봄에 알현하는 것을 조, 여름에 알현하는 것을 종이라 하여 합하여 조종이라 하였다.
조종암에 처음으로 가평유생 백해명과 함께 마음을 담아 새겨놓은 처사 허격의 가슴속엔 명을 향한 그리움과 고마움, 청에 대한 복수심만이 었을까? 도대체 무엇인가? 오랑캐 비린내가 서리지 않아 마음 두기 좋은 곳이 였던가?. 청의 말발굽이 닿지 않은 깨끗하고 물 맑은 땅, 그래서 그들이 마음을 둔 곳이 가평이었던가?
명의 멸망은 조선의 지배층에게 보편문명 선진문명으로서 중화가 사라진 것으로 인식 되었으며, 유교문명을 재구성하고 국가체제를 재정비 하기위한 방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대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륜도덕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여 국가체제를 재정비, 즉 성리학적 명분론을 적용하여 사회질서를 재건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언뜻 공리공담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그러나 21세기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조종암은 현리 시내와 지척 거리에 있다. 지역주민과 소통은 커녕 조종면에 홀로 떠있는 하나의 떠다니는 섬 이다.
또한 한국의 유림들에게도 중국의 유교학자나, 후손들 양쪽에서 다 홀대받는 섬이 되버렸다. 지역주민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설문조사라도 해 보았는가?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았는지 자문해야 될 때이다.
조종암과 대보단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사상적 기반은 어디에, 무엇에 두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제는 그것보다 어떻게, 누가 활성화 시킬 것이냐를 고민할 때다.
마침, 5월4일 중국 하북성 유교학회에서 제향을 지내고자 분장과 의상, 신발까지 갖춘 체 놀라운 방문을 했다. 텐진 남개대학 역사학과 교수이며 조선사학회 부회장인 손위국 저서 ‘대명과 조선후기 소중화주의’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답사를 온 것이다.
영화대학 졸업생, 한국 유학생 중 연극영화 전공자. 중국인민대학 길은후 부교수, 유교학회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편으로 부끄러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잠깐, 그들의 충고에 귀 기울여보자.
조종암을 조금 뒤에서 쳐다보자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 한복판에 서서 볼 수밖에 없다.
조종암을 가까이서 보자니 문화재를 밟고 암벽타기를 할 수밖에. 조종암엔 아예 안내자나 관리인이 없고, 대보단은 안내자인지, 관리인 연락처가 일주문 들어가기 전 쇠대문에 걸려있다.
물론 전화를 해야 문을 열어준다. 더군다나 화장실은 보이지 않고 차도 건너편으로 조종천이 흐르지만 내려갈 수 없게 되었으니 목마름을 해결 할 길도 없다.
남이섬과 쁘티프랑스로 연결되는 관광코스를 개발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는 의견이었고, 앞으로 학술회의를 개최, 가평군과 교류, 초청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떠다니는 섬도 섬이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정신까지, 그 가치를 집중 조명하여 전통문화의 보존과 새로운 문화의 창조가 융합되는 그날이 성큼 다가오도록 가평군과 관계자들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한, 중의 다양한 교류는 당연히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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