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1953년 서울의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선생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닥친 것은 고교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 집안이 풍비박산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숙명여고 우등생이었던 선생은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화병에 누워버린 부모님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취직을 해야 했습니다.

비록 집안은 파산했지만 선생의 가족에게 이웃사람들의 온정이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또한 옆집에는 휘문고등학교 남학생이 한명 살고 있었는데 그 남학생은 선생을 여동생처럼 아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정으로 시작되었으나 나중에는 연정으로 바뀌어 두사람은 1978년 결혼과 함께 미국 이민 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때 선생의 나이 25세, 신랑의 나이 27세 였습니다.
빈손으로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한 신혼부부는 처음엔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여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아들과 딸이 태어났고 주식회사 인더스트리얼 쇼일 머신이라는 재봉틀을 수입하는 회사를 차려 경제적으로 서서히 안정을 찾게 됩니다.

 

선생이 보통사람과 다른점은 그 이후의 삶입니다. 53세가 되던 2006년 선생은 28년간의 캘리포니아 생활을 정리하고 브라이스캐넌과 자이언캐넌 등 국립공원이 많은 유타주로 이주하여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합니다.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공원을 안내하고 국립공원 직원들을 집에 초청하여 한국 음식을 접대하는 등 한국을 홍보하는데 전념하게 됩니다.

그러던중 선생은 우연히 유타주 시더시 집근처에 6.25전쟁때 가평군 북면 상홍적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가평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는 미 213야전 포병부대 사령부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가평전투 참전용사들이 그곳에 많이 살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선생은 그때 부터 가평전투 참전용사들을 위해 시더시에 한국전참전비를 건립해 드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선생은 우선 시더시민들을 대상으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또 한편 샌프란시스코 한국총영사관과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에 편지를 보내 한국전 참전비 건립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여 마침내 시더시 한국전 참전용사분들께 참전비를 건립해 드렸습니다.

2008년 선생은 시더시에 거주하는 30명의 가평전투 참전용사들을 모시고 오셔서 가평군 북면 상홍적리 가평전투지역을 둘러보게 하여 드렸습니다.

57년만에 가평을 방문한 참전용사들은 너무나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리고 참전용사들이 요청하여 선생은 가평군과 시더시의 자매결연 가교역할을 하게됩니다. 마침내 2009년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선생은 11년간 미국내 가평군 홍보대사로써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보훈처 미국 코디네이터로서 매년 수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한국에 모시고 오셔서 우리의 발전상을 보여드리고 그분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였습니다. 본인은 참전용사들의 대모로써 보은을 위해 일당백의 역할을 하신 선생님의 공적을 중시하며 또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선생님과 작별을 고할 시간입니다. 선생님은 그동안 한 지아비의 지고지순한 지어미였고 두자녀의 자상한 어머니였고 손주들의 너그러운 할머니였으며 가평전투 참전용사들의 자비로운 대모였으며 저에게는 다정한 누님이셨습니다.

본인은 북망산이 어떤 산인지 자세히 모릅니다. 그러나 북망산에 한번 가신분이 다시 돌아 왔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끝으로 본인은 선생님께서 참전용사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떠나 일생을 치열하게 사신 선생님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자 합니다. 또한 졸지에 황망한 일을 당하여 가슴이 무너졌을 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 이승에서의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이제 편히 영면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