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이 말해 주듯 연인산은 만만한 산이 아니다, 일반 등산객에게는 버겁고 숙박 산행을 즐기는 산악인에게는 안성맞춤의 산이다.

산행의 방향은 하면 마일1리 국수당에서 우정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기로 하고 초입세에 도착하니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등산객을 반기듯 피로가 한순간에 확 풀리듯 하다,

이산에 오르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지도상에 없던 무명의 연인산 양지 바른 곳에 피어나는 얼레지, 양지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지독히도 사랑했던 후배 공무원 정태윤 과장 (당시)과 필자는 해마다 이른 봄에 올랐던 기억이 생각난다.

이후 정 과장은 이곳에서 숯을 굽던 길수 청년과 참판 댁 여종 소장과의 못다 이룬 애뜻한 사랑의 스토리를 만들고 가평군의 지명위원회에서 “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이 연인처럼 사랑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라” 는 뜻으로 이름을 붙여 2005년 9월12일 2번째로 경기도 도립공원을 지정을 받게 하는 등 열정을 다한 공무원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연인산은 명지산 남쪽으로 이어진 승안리, 상판리, 백둔리 경계에 위치하고 산의 동쪽은 장수봉, 서쪽은 우정봉, 남쪽은 매봉과 칼봉이 용추구곡 발원지를 ‘ ㄷ ’ 모습으로 감싼 모습이 빼어나다.

산행 40여분 만에 우정고개 잣나무 군락지를 만나니 꽃샘바람에 부디 치는 바람 소리가 가히 대형 환풍기 소리와도 같다. 족히 양팔로 잡아도 잡히지 않을 아람드리 나무에서 뿜어내는 송진 향을 한동안 맡고 있노라니 그동안 일상에서 쌓인 피로가 봄눈 녹듯 확 가신다.

문득, 산소탱크가 따로 없구나 바로 이곳이 가평의 산소탱크라는 생각에 잣나무 피톤치드와 송진 공기를 대형 비닐에 담아 집으로 가져 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능선 따라 40여분을 산행을 하다 보니 8부 능선부터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모래언덕 비슷한 눈 언덕이 등산길 따라 펼쳐져 산행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또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장관을 보니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 모래 언덕이 사막의 강한 바람으로 만들어지듯 이곳 눈 언덕도 변화무쌍한 바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예측된다.

어떤 것은 성인 어른 키를 훨씬 넘는다. 또다시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며 이번산행에서 눈 언덕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행운이며 축복이라 생각한다.

어렵사리 산행하기를 3시간, 정상에 오르니 가평군의 이름 있는 산과 각 읍. 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뿐이랴 정상부근에 널리 펴져있는 철쭉에는 물이 오른 듯 몽우리에 코끝을 갔다 대니 꽃 내음이 감돈다,

하산 길에 후배 정 과장과 함께 연인산 구릉지에서 양지꽃, 얼레지 꽃을 찾아 앵글에 담고 즐기던 곳에 한참 동안 앉아 내심 “ 그때가 좋았지 ” 하며 옛 추억에 잠겨 보기도 했다.

우정고개에 다다르니 오색딱따구리 한마리가 지상공용 기지국 기둥에 앉아 쪼는 소리가 산중에 목탁소리와 같이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니 이번 산행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이른 봄철이라 연인산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철쭉과 양지꽃, 얼레지 등 야생화의 활짝 핀 꽃들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아 5월 중순경 다시 찾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