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장례식은 고인의 넋을 달래고 덕을 기리고 조문객의 위로의 말에 위안 받기보다는 내 몸속 어디엔가 속물근성의 DNA가 내재되어있는지 노획물에 더 관심이 쏠렸다.

이러한 내가 천박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여 조의금 내역을 공개하며 반성의 기회를 가져본다. 어머니는 94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국가적으로 암울한 일제 식민시대인 1921년 태어나셨고 가정 형편뿐 아니라 여건도 여의치 않아 소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동갑내기 아버지도 가난한집 아들이어서 소학교졸업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19세에 시집와 쉰 살이 넘도록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셨다. 부모님은 6남1여를 두셨는데 내가 다섯째아들이고 막내가 딸이다.
 
7남매 중 큰형과 둘째형이 지난 이삼년 사이에 암과 사고로 사망하여 어머니로서는 자식을 앞세우는 불운을 두 번씩이나 겪으셨다.

성인이 된 두 조카의 문상객도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의 조문객은 우리 5 남매 손님들이다. 전체 조문객1257명의 조의금 총액은 9천1백만원(조화 87개 제외)이다.

조문객 1인당 평균 조의금은 7만 2천원. 조문객의 직업분포는 공무원 350명, 대학교수 300명, 회사원 292명, 친인척 과 동네주민 120명, 항공사 직원 30명, 호텔리어 12명, 목사 9명, 의사 8명, ROTC 장교출신 8명, 초중고 교장선생님 5명, 기타 123명이다. 5년 전 작고하신 아버지는 6.25때 공산당에 부역하고 좌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격지심으로 사회생활에 소극적이었고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남의 소작을 하였으나 60-70년대 자식들을 대학 보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는 큰아들과 둘째아들을 10대 때 인 60년대 서울의 친척회사에 보내 공장일을 하여 보내오는 월급으로 우리들의 등록금과 학비를 마련 하셨는데 그 당시 동네 사람들은 먹고 살 전답을 사지 왜 그렇게 귀한 돈을 얘들( 셋째 아들과 넷째 아들) 대학 보내는데 쓰느냐고 야단들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큰형과 둘째형의 희생도 컸지만 어머니는 자식들 교육비에 들어간 빚을 완전히 갚는데 20년의 긴 세월이 필요했다.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한 푼의 유산도 물려줄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에 대한 보답이었는지 이틀 동안 어머니는 약 1000명의 조문객들로부터 약 2000번의 절을 받으셨다.

대부분 어머니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우리 형제들의 친구나 동료들인 조문객들은 영정 속 어렴풋한 어머니의 모습에 상주의 얼굴을 오버랩시켰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어머니께서 감기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셨다. 욕창이 생겨 통증이 심하신 것 같았다. 난 94세 노인이니까 당연히 아플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도 안하고 면회하고 돌아와 발 쭉 뻣고 편히 잘 수 있었다.

그 나흘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리지도 않고 바라만 보고 돌아온 그날의 모습이 어머니 의 마지막 생전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내 매정함이 밉다.

아무리 내리 사랑이라고 하지만 나의 늦둥이 아들 녀석이 이마에 열이 펄펄 끊고 밤잠을 설치자 새벽에 병원 응급실을 가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밤을 꼬박 새웠던 기억이 떠올랐고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이러한 아들인데도 당신의 아들이 최고라고 이웃에게 자랑을 아끼지 않으셨던 나의 어머니, 삼우제 아침 오늘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서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