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들에게는 그 해 농사의 풍흉의 관건은 병해충 방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매년 날씨가 풀리는 시점에서 관행적으로 논·밭두렁에서 소각을 해왔다. 그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산불 등이 매년 발생하여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발생해 왔다.
 

작년 한해 전국적으로 4만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중 임야에서 발생한 화재는 3천여 건으로 28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 61명의 인명피해를 발생하였다.
 
경기도의 경우 임야에서 8백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였고 10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 13명의 인명피해를 발생하였다. 시, 도 등 전국 행정구역를 고려해 본다면 경기도에서 상당히 많은 임야화재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도민의 피해를 막고자 다각적으로 화재예방 홍보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야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방제하려는 잘못된 상식과 정보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업진흥청 종합기술상담센터는 동고병을 막기 위해서 관리가 필요하며 일단 피해를 받은 나무는 절단하여 소각 처리해야 한다고 하며,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2014년부터 과수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갈색날개매미충 산란가지는 반드시 전정 후 소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은 파프리카 재배 시 병든 식물체는 빨리 소각처리를 하고 재배지역주변을 청결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위 3가지 사례를 일견해서 보면 병해충 방제의 최선책은 소각으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영향력 있는 기관이 농작물 소각에 대해 긍정론을 펴고 있는듯하니,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소각을 하려는 농민과 이를 단속하려는 관계기관과 매년 홍역을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위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의 원문을 살펴보면 춘분 전후로 해서 논·밭두렁 소각을 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고, 또한 소각만이 병충해 방지의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농민들이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을 전달하다 와전이 되어 논·밭두렁 소각을 병충해 방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잘못 판단한 것이다.
 

농업진흥청 등 농업관계기관은 논밭두렁이나 하천 주변을 소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유인 즉 병해충 방제효과가 거의 없고,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오히려 많이 죽어 친환경 농법에 불리하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부분의 해충은 농사철에 황사 등을 타고 중국으로부터 날아오기에 소각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로 관계 당국은 홍보를 통해 잘못된 정보 및 상식을 바로 잡아 논두렁 소각의 허구성을 알리고 있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소각을 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젊은 층이 직장을 찾아 도시로 나가버려 농가의 일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주로 힘이 없는 노인층이 논과 밭에서 힘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불의 위험은 있지만 무성한 잡초더미를 처리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소각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일손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처해야하는 사람들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년에도 논․밭두렁 소각으로 산불이 발생하였고 노인 혼자서 무리한 화재진압을 하다 질식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써 발생하였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가급적 소각을 자제해야 하며 잡초 제거를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소각이 꼭 필요한 경우 소방서 등 관계기관에 사전에 연락을 취해 놓고, 필요시 담당공무원의 입회하에 인근 농가들과 함께 공동소각을 하는 것이 최후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바람이 많이 불거나, 건조주의보가 발표된 날은 산불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날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도 화재안전 조례 6조에 따르면 화재로 잘못 인식할 만한 행위를 사전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실시하여 소방자동차를 출동하게 한 사람에게는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가하도록 규정되어 있기에 농민들은 이를 또한 주의해야 한다.
 

화재 중에는 자연재해인 것도 있지만, 임야화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임야화재는 진화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그리고 한번 화재가 발생하여 검게 그을린 산림을 다시 복원하는 데는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나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림은 복원은 되지만 만약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이것은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인명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해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명심하고, 소방서 등 관계 당국은 화재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계도와 홍보에 힘써야겠고 농민은 스스로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