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가평군청 앞 도로에서 인형 퍼레이드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리 인형축제’가 열린 것이다.

축제 명칭은 가평군이 이탈리아 ‘비아제조 까르네발레’를 벤치마킹하여 처음 개최한 ‘까르네발레 가평’라는 축제로 수개월에 걸쳐 이탈리아 현지 축제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거대 인형을 제작하였고, 시가행진에 축제 관계자와 주민, 학생들이 참여하는 퍼레이드 형식으로 이틀에 걸쳐 개최된 이 행사에 약 1만여 명이 참여하였다.

처음 개최하는...그래서 조금은 어설프게 보일 수도 있는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참여하여 중앙언론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본인은 지난해, 축제에 사용할 거대 인형 제작과정을 처음부터 전 과정을 지켜보았고, 축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거리 인형축제’에 대한 관심,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본인은 가평군에서 주관하는 벤치마킹에 이탈리아 축제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우리가 도입한 축제를 몸소 체험하고 싶어졌다.

드디어 지난 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약 1주일간 이탈리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비아레조 축제’를 직접 체험하고, 축제에 사용할 인형 제작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고, 고대 이래의 고유의 유형·무형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유럽 최고의...세계 최고의 문화예술 중심이자 강국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을 소중히 하는 나라에서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계승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장인을 배출하고, 수많은 名作을 만들어 번영을 누리고, 모든 인류와 공유해 왔다. 바로 그런 나라가 이탈리아 이다.

우리가 방문한 비아레조市는 로마 북쪽으로 3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조용한 해안 도시로서 인구 약 6만여 명이 거주하는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3대 카니발 중 하나로 꼽히는 "비아레조 카니발 (Carnevale di Viareggio)"은 거대한 조형물과 다채로운 퍼레이드와 행사를 펼쳐 매년 수많은 유럽인들의 발길을 이끄는 축제이다. 1873년에 시작된 이 축제는 143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축제로서 발생 배경은 높은 세금에 반대하는 부유층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서를 유럽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당시 이탈리아 중앙 정부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출발한 이 행사가 해를 거듭 할수록 더욱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오늘날 이르러서는 유럽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성장하였다.

현재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산업으로까지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본인은 유형·무형의 문화와 전통을 중시하며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깨달았고, 새삼 부럽게 느껴졌다.

이탈리아의 겨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겨울철이 雨期라고 한다. 축제가 열리는 당일 아침까지 많은 비가 내려 오후에 개최되는 축제 퍼레이드를 못 보면 어쩌나 하는 杞憂를 안고, 제작 공방을 방문하였다.

출국 전 조사한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축제의 규모를 예상 하였으나, 우리 군이 지난해 제작했던 인형과 비교하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증명하듯 현지의 제작진, 공방 규모, 인형의 크기, 섬세함, 기술력, 인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표현력)등이 단순 지역 축제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 종합 문화예술 산업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공방의 제작과정 참관을 마치고 축제 장소로 이동할 즘, 다행히 비가 그치고, 본래 일정대로 축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먼 타국까지 배우겠다며 긴 시간의 여정과 노고를 마다않고 왔는데, 정말 날이 개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즘, 거대 인형을 축제장으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기나긴 행렬을 보며 우리 일행도 축제장으로 이동하였다. 실제 본토 축제 현장에서 바라보는 축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축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자세, 분위기, 음악, 표정 등등 모든 것이 부럽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런 축제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이 가능할지, 어떻게 해야 우리만의 축제로 새롭게 재창조...재구성하여 멋진 축제로 키워 나갈 수 있을지 이탈리아에 머무는 7일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나의 행사를 구상하고, 그 행사를 우리 현실에 맞게 재구성, 재창조하기 위해서 한 개인이 아닌 가평군 행사 관계자를 비롯한 민간, 그리고, 의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와야 했다.

가평군은 지난해 첫 ‘거리 인형축제’경험과 금번 현지 축제 방문결과를 토대로 올 가을 2회째를 맞는 ‘거리 인형 축제’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 설명회와 ‘어설픈 연극제’의 로드맵을 작성할 계획이다.

우리 군민 중에는 전통과 문화가 전혀 다른 축제를 우리 지역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고, 축제 자체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표하는 분들도 계시다는 점을 본인은 잘 알고 있다.

본인은 그 축제의 문화와 역사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던지 간에 축제의 成功的 安着 여부는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주민의 지대한 관심과 적극적 참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내용이 염려이든 응원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열린 토론과 다양한 여론 수렴을 통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낸다면 축제를 직접 주관하는 행사 관계자와 집행기관인 가평군, 그리고 全 지역주민을 대표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가평군 의회에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평군민 모두에게 자랑스럽고, 사랑받는 축제로 거듭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각계각층의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후손들이 자랑할 수 있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조적인 군민축제, 나아가 국제축제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