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읍중촌리 서대운

「밥 한술 뜨고 국 한술 뜨는 사이 천 조(兆)의 날개를 접었다 펴곤 한다니 」 정끝별의 시 「12월의 사과 꽃」의 일부 잠자리는 두쌍의 날개로 1초에 30회의 날개짓을 하며 전 후방으로 비행을 한다

초파리는 이성에게 구애를 할때는 1초에 최고 220번 까지 날개짓을 한다. 잠자리나 초파리는 곤충이다. 그러면 새 중에서 가장 많은 날개짓을 하는 새는 무슨 새 일까? 언젠가 TV 프로 「동물의 왕국」에서 셀 수없이 날개짓을 하는 허밍버드를 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다.

누군가 허밍버드는 1초에 1000번의 날개짓을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과장된 것이다. 허밍버드는 실제로 1초에 평균 80번의 날개짓을 한다고 한다. 크기가 5cm 정도되는 작은 몸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빠른 날개짓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속 90km로 비행 하며 특히 하강할 때면 시속 100km의 엄청난 속도로 단숨에 목표물에 도달한다. 허밍버드는 벌과 같이 꽃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결국 허밍버드는 벌처럼 생겼지만 벌은 아니고 새에 속하며 날 때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 때문에 허밍버드라 하고 우리말로는 벌새라 불리운다. 

지난 가을 나는 모하비 사막이 펼쳐져있는 미국 아리조나 사막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아프리카 나 중동처럼 모래사막을 예상 했건만 이곳은 모래 사막은 아니고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거나 사이사이 관목들이 보이는 척박한 평원이었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빛에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고 영상 35도가 넘는 혹독한 더위가 기승을 부려 제대로 다닐수도 없었다. 나는 가능한 빨리 시원한 그늘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나마 습기가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스콧대일에서 그랜드캐년쪽으로 1시간 가량 달리자 사막 한가운데 야자수 그늘이 있고 집이 몇채 모여 있는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난 거기서 하루밤을 유숙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유소에서 모텔이 어디냐고 묻자 주유소 남자는 바로 옆집이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한다고 했다. 예정했던 그랜드캐년을 앞에 두고 나는 이 삼류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모텔의 주인 아저씨는 나에게 3층에 있는 방하나를 내주었다. 짐을 풀고 1층 로비로 내려와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는 데 창 밖에 능소화 줄기가 야자수 기둥을 타고 수많은 꽃대롱을 매달고 있었다.

그 꽃대롱을 자세히 응시해보니 자그마한 새가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꽃즙을 빨고 있었다. 그런대 그 작은 새가 꽃에 매달려 있는 모양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 새는 나무 가지나 줄기에 앉아 꿀을 빠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며 꽃대롱 앞에서 긴 부리를 꽃대롱에 쳐 박고 꿀을 빨고 있었다. 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저 자그마한 새가 무슨 새냐고 물었다. 그 새가 바로 허밍버드라고 알려주었다.

그 모텔주인 부부는 새를 기르고 싶어 집에서 하천까지 약 1㎞ 관을 묻어 물을 끌어들이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후 나무와 꽃을 심으니 첫 번째로 찾아온 새가 바로 그 허밍버드라고 자랑했다.

수놈은 암놈 뒤꽁무니를 부리나캐 따라다니고 암놈은 시속 90~100km 속도로 비행하며 멀리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산을 한 바퀴 휙돌아 다시 모텔 앞 야자수 숲으로 돌아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암놈이 아무리 빠르게 속도를 내도 수놈은 암놈을 추월해 번개처럼 교미를 끝낸다고 하였다. 단 1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짝짓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