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題 : 토마스 하디의 테스- 딸기, 유혹의 도구

순백의 청순함 그리고 여왕 같은 위엄까지! 아름다운 숙녀 테스는 어려운 집안 살림 때문에 아주 먼 친척이면서 부유한 더버빌 가에 하녀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주인 아들 알렉에게 강제로 처녀성을 잃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알렉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 테스는 새로 일하게 된 농장에서 목사의 아들 엔젤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느끼지만 자신의 과거 때문에 괴로워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결혼을 승낙한다. 신혼 첫날밤 테스는 남편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그러나 신랑 엔젤은 처녀성을 트집 잡아 신부를 소박한다. 그 후 테스의 삶은 서서히 비극으로 치닫는다. 불량 청년 알렉이 순수한 테스를 처음 유혹한 도구가 딸기였다.

테스와 알렉이 처음 만나던 날 알렉이 줄기째 건네주는 딸기를 입술로 직접 받아먹은 것은 큰 실수였다. 토마스 하디의 테스 일부분을 보면 이렇다. 「알렉이 몸을 구부려 딸기를 따서 테스에게 주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줄기채로 그녀의 입술에 대었다. 테스는 제 손으로 먹겠다며 그 것을 막았다. 그러나 알렉은 딸기를 직접 먹여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테스는 마지못해 입술을 벌려 딸기를 받아먹었다. 」
 

딸기가 유혹의 과일인 것은 그리스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신화에서 딸기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서 기원한다. 아프로디테는 그가 연모하던 미소년 아도니스가 죽자 슬퍼하며 몹시 울었다.

이때 흘린 눈물이 피처럼 붉었고 그 눈물이 땅에 떨어져 붉은 하트 모양을 이루었다. 시간이 지나 눈물이 떨어진 지점에서 식물이 돋아나 빨간 열매가 맺혔는데 그것이 딸기이다. 그러고 보면 중세에 딸기가 유혹의 과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약 100년 전 미국 남부의 농장지대, 35도가 넘는 땡 볕 아래 대규모 딸기 농장, 일감을 찾아 농장주변 여러 동네에서 몰려든 젊은 남녀들. 이들은 농장주의 지시에 따라 딸기를 따는데 쉬는 시간이면 딸기치기 ( Strawberry-slapping)라는 놀이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랜다.

딸기치기 놀이는 우리들의 겨울 눈싸움 놀이와 닮았다.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닐 때 첫눈이 내리면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곤 했다. 눈싸움을 할 때면 짓궂은 남학생 한두 명은 눈을 한 움큼 쥐고 교복입은 여학생 등어리 안에 집어 넣고 놀려주곤했다.

차가운 눈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면 그것을 당한 여학생이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 남학생들은 낄낄대고 웃었다. 이 소설에서 딸기치기는 한 청년이 열심히 딸기를 따고 있는 어느 처녀 뒤에 살금살금 다가서 등어리에 딸기를 집어넣고 손바닥으로 딱딱쳐 으깨는 놀이다.

그러면 그것을 당한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하얀 블라우스에 알록달록 빨갛게 물드는 것을 보고 남녀 모두가 한바탕 웃고 넘어가간다. 그러는 사이 휴식시간이 끝이 난다. 주로 예쁜 처녀들이 인기가 많아 딸기치기를 많이 당했는데 그것을 당하는 여자도 과히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서울근교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중학교 2학년 여름. 나는 같은 반 남학생 두 명과 함께 우리 마을에서 제일 딸기농사를 많이 짓는 집 딸기밭으로 딸기서리 갔다.

그 딸기밭은 우리반 여학생네 밭이었다. 약 600평정도 되는 큰 딸기 밭이었다. 우리 셋이서 열심히 딸기를 따 광주리에 가득 담았을 때 우리 앞에 거인 같은 그림자 가 나타났다. 보름이 바로 지나 굉장히 밝은 달밤이었기에 그가 누구인지 단숨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밭주인인 같은 반 여학생의 아버지였다.

우리는 밭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훈계를 듣고 광주리의 딸기를 다 빼앗기고 집에 돌아왔다. 그녀 아버지가 학교에 알렸는지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학생주임선생님이 우리를 교무실로 불렀다. 우리는 결국 징계를 받고 15일 간 방과 후 2시간씩 사역을 해야만 했다.

우리 부모님이 그녀 부모님에게 서운하게 생각한 것은 애들 일인데 애들을 야단쳤으면 됐지 학교에까지 알려 아이들을 처벌 받게 했다는 것 이었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 할 때 까지 그 여학생과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도 그 녀 부모님과 한동안 원수가 되어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대 그 집안과 우리 집안이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은 몰래 사랑을 키운 내 남동생과 그 집 막내딸이 이었다.

그들이 서로 좋아서 결혼하겠다고 양가 부모에게 알리면서부터이다. 처음엔 양가 부모가 말렸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듯이 양가 부모님은 결혼을 허락했다. 결국 양가가 화해한 것은 딸기서리 후 15년이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