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1 대한민국 기능전승자 작품전’에 들러 우리기술로 만든 명품들을 감상했다. 기능전승자는 우리 전통기능을 전승하고 계승하는 장인들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매년 심사를 거쳐 기능전승자를선정하는데 2011년 현재 기능전승자는 모두 98명이다. 이들은 격년 단위로 작품전을 열어 전통기능의 성과를 알리고 있다. 작품전에 출품한 최선희(47) 오죽공예 기능전승자를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포부를 들어봤다.

기능전승자는 전통기능 분야에서 보통 20년 이상 종사하면서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로 무형문화재, 명장과 함께 장인의 반열에 있다. 하지만 명장과 달리 기능전승자에게는 한 가지 기능이 더 추가된다. 전승자는 전통기능을 지키는 것 외에 계승자를 육성하고 전통기능을 바탕으로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책임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기능전승자를 선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 전승자는 지난 2009년 오죽공예 전승자가 됐다. 대나무를 쪼개 부쳐 기물을 만드는 오죽공예 전승자는 우리나라에서 그가 유일하다. 그래서 사명감 또한 남다르다. 오죽은 흑죽이라고도 하는데 대 표피가 검은 색을 띠고 있어 예부터 귀한 죽세 재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무형문화재15호 오죽장 윤병훈 선생에게 17년간 사사했다. 대나무를 고르고 건조하는 방법에서부터 붙임질을 완벽하게 하는 기능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힘든 과정을 배우고 비로소 죽장기능의 미묘한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힘들고 경제논리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전통기능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일종의 ‘인연’으로 설명했다. 그는 20대 초반 오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전통’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했다”고 말했다. 죽장 작업을 직접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 재주와 미술적 감각을 눈여겨 본 스승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렇게 은사들의 권유로 시작한 대나무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그는 최근에야 독립에 성공했다. 전승자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지금은 전승자로서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행복과 보람을 찾고 있다”며 “비록 가는 길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리 것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작업 속에도 재밌고 즐거움을 느낄 때가 많다“며 ”전통가치에 공감하며 도전하는 후배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는 계승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전승자로서 계승자를 발굴하고 그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얼마 전 큰 마음 먹고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계승자를 모집했지만 한 사람의 지원자도 없었다고. 생활고를 견뎌야만 하는 악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승자를 키우고 싶다는 가의 열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포기하기엔 아직 젊다는 것이 그의 이유. 그는 “인연이 닿는 계승자가 있다면 당장은 큰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제가 가진 모든 기술을 아낌 없이 전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전승자로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대선배같은 전승자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끼는 그였지만 그의 행동이나 표정에서 묻어나오는 열정만큼은 세월과 나이를 초월하고 있었다.

전통가치와 장인정신을 쫓다 보니 결혼도 미뤘다는 그다. 그러면서 그는 “기능전승자의 길은 말처럼 화려하지 않다. 어찌보면 고난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 분명 있어 그는 행복하단다.

이런 그에게 얼마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가평군으로부터 군민대상을 받은 것. 전승자로서 외롭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언제나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할 겁니다.”

10월 24일까지 열리는 ‘2011 대한민국 기능전승자 작품전’에는 기능전승자의 혼이 담긴 작품 76점이 전시된다. 주말에는 작품 전시 외에도 장인들의 작품시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기사 공감코리아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