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잠이 덜 깬 중부와는 달리 남쪽은 벌써 나뭇가지에 물이 올랐다..

스승님은 장흥의 3만여평 되는 매실 밭을 제자들에게 통째로 내어 주셨다.
 

발밑에선 이름도 별난 개불 알 풀꽃 일명 봄 까치수영이 눈을 치켜뜨고 낯가림에 어설픈 미소를 짓고....

등선 언저리 널따란 매화꽃밭에는 수령 깊은 나무들이 터널을 이뤄 어서 오라 환대를 하니 속없이 품에 안겨 호사를 누렸다.

봄이 문턱을 넘어선 장흥의 매화꽃은 벌들이 이미 수작을 부려 몸을 내어준 매화꽃들이 배실 배실 웃음만 흘리고 있으니 꽃을 덖기에 때늦은 감은 있으나 통 큰 스승님 덕분에 온 밭을 뒤져 아직 숫쳐녀의 수줍은 봉오리만 골라 따는 염치없는 짓으로 바구니 가득 매화향을 담았다.

동백.산수유.천리향.황칠나무잎.이러다 스승님의 속곳까지 탐낼라... 만난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꽃이라는 화제로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으니 어느새 십년의 강산을 넘은 사람들인 양 수다에 간이 베이고 웃음에 편함이 묻어난다.

제 각각의 일편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꽃이라는 주제를 놓고 만났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다... 그 뒤 조금은 내 식구 챙기듯 미열 같은 호감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여행 뒤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장시간 운전은 물론 평소 디딤돌이 되어주는 꽃차 동아리 분들의 희생 아닌 희생으로 이른 봄 여행은 무사하고 재미 진지한 여행이 되었다..

다시 가자는 예기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건 그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 인연에 의해 인연이 생기듯.. 꽃향기 찾아 만난 사람들... 묵은지 같은 인연이 되길 바램이다.